불평등 완화를 위한 복지정책 논의는 다방면에 걸쳐져 있다. 그 가운데 가장 큰 흐름은 ‘정통 좌파의 부활’에 대한 요구다.

 

미국의 버니 샌더스 열풍, 영국 브렉시트에 대한 옹호론적 시각 등이 대표적이다. 좌파가 스스로의 정체성을 버리고 앤서니 기든스의 ‘제3의 길’ 따라 하다 망했으니, 이제는 ‘좌파 본색’을 되찾는데 주력해야 한다는 주장들이다. 그런데 진짜 이게 해법일까.

 

요하네스 린드발 스웨덴 룬드대 교수는 오히려 복지정책에 대해서는 좌파보다 우파의 영향력이 더 크다는 주장을 펴서 눈길을 끈다. 최근 출간된 ‘불평등시대의 정치경제학’(코리아컨센서스 발행)에 실린 ‘선거 딜레마의 과거와 현재’라는 글에서다. 린드발 교수는 요즘 가장 주목 받는 복지국가 전문가 중 한 명이다. 그의 논문은 권혁용ㆍ지은주(고려대)교수팀과 함께 작업한 결과이다.

 

린드발은 논문에서 흔히 ‘복지국가 황금기’라 불리는 1950~1970년대 초반까지를 살펴보면 “사회민주당과 사회주의 정당이 특히 강력했던 기간이 아니”라고 분석했다. 1차대전이 끝난 1919년부터 2012년까지 주요 선진국 15개 국가에서 좌파 정부가 집권한 경우를 따져보니 “1930년대 말과 1940년대는 확실히 좌파가 강했던 기간”이었지만 전후 황금기라는 1950~60년대에는 오히려 “좌파 정부 비중이 20% 정도로 좌파 정당의 영향력이 훨씬 약했던 기간”이었다.

 

그럼에도 이 기간 동안 다양한 복지정책이 도입된 것은 “우파 정당이 좌파 정당 때문에 커지는 위협에 대응하기 위해 복지친화적 정책을 추구 했기 때문”이라고 해석한다. 눈여겨볼 것은 노령ㆍ실업연금 등을 기준으로 복지국가의 ‘관대성’ 척도를 만들어 다시 분석해보면 “1950~1970년 복지국가의 관대성이 극적으로 증가”하긴 했으나 “우파의 복지 이슈가 관대한 복지국가와 연결되어 있다는 점은 명백한데, 좌파의 이슈는 그렇지 않았다”는 사실이다. 이렇게 보면 흔히 말하는 ‘전후 30년 복지국가 황금기’는 양적으로나, 질적으로나 ‘사민주의 혁명’만으론 설명하기 어렵게 된다.

 

 

이는 1975년 이후 흐름에도 연결된다. 각국의 복지정책이 후퇴하면서 정치적으로 큰 타격을 입은 것은 ‘복지’를 전면에 내걸었던 좌파 정당이었다. 주요 우파 정당은 이 기간에도 30% 초반의 지지도를 계속 유지한다. 다만, 이때는 복지정책에 예전과 같은 큰 관심을 보이지 않는다. 이 관점에서 보자면 결국 복지정책 확대와 축소의 키를 쥐고 있는 것은 좌파가 아니라 우파 쪽이 된다. 정통 좌파보다는 현명한 우파가 복지정책에 더 이로울 수 있다. 물론 그 좌ㆍ우파 구분이 우리와는 많이 다르다는 점은 감안해야 한다.

 

조태성 기자 amorfati@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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